브라스 버밍엄 왕좌에 등극하다
2000년대는 보드게임 시장이 크게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보드게임의 다양한 시스템이 발전을 거듭한 시기였습니다. 특히나 2010년 말에는 글룸헤이븐이란 게임이 등장하는데요.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게임의 작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시스템을 모두 넣어서 만들어냈던 대작 RPG 테마 보드게임입니다. 글룸헤이븐은 이후 수 년 간 전세계 보드게임 랭킹이랄 수 있는 긱 랭킹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한 중에 마틴 월러스 작가의 2007년 게임 브라스(Brass)를 일부 변형시킨 브라스 버밍엄(Brass: Birmingham)이 2018년 출시했습니다. 전설적인 유로게임의 등장입니다. 이미 15년 이전에 출시한 게임을 발전시킨 것이기 때문에 브라스 버밍엄은 고전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스 버밍엄이 가진 엄청난 게임성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2월 오랜 기간 철옹성 같았던 글룸헤이븐을 제치고 긱 랭킹 1위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브라스 버밍엄 Brass: Birmingham
작가 : 개번 브라운, 맷 토먼, 마틴 월러스
게임 인원 : 2~4인
게임 시간 : 120분 내외
게임 방식 : 네트워크, 경제, 카드 플레이
테마 : 영국 산업혁명 시대
긱 웨이트 : 3.89
어두운 영국 산업혁명 시대
증기기관의 발명과 산업혁명, 이로 인해 인류는 큰 진보를 이루게 됩니다. 하지만 눈부신 산업의 발전 이면에는 무수한 노동자들의 아픔도 함께 있었죠. 그래서인지 브라스 버밍엄은 지극히 고급스러운 이미지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암울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게임에는 그러한 테마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습니다. 다만 표지 일러스트 등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뿐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영국 산업시대의 경영자가 되어서 산업 활동을 통해 점수를 획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받고 건물을 건설하고 운하 및 선로를 깔게 됩니다. 네트워크 구성을 완성하여 자재를 공급하거나 생산물이 판매되면 수익으로 연결되고 수입 수출을 통해 직접 수익을 올리거나 지출을 해야 합니다. 또한 업그레이드 된 건물을 건설해야 고득점 및 고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매턴 자신에게 주어지는 2번의 행동기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게임 플레이
보드게임 브라스 버밍엄은 산업 건물을 각 도시에 건설하고 운하 및 선로로 연결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딴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산업 건물은 총 6종류가 있습니다. 양조장, 탄광, 제철소로 이루어진 세 종류의 원자재를 생산하는 건물과 제조공장, 방직소, 도예공방으로 구성된 세 종류의 상품 생산 건물이 있습니다. 이처럼 총 6종류의 건물 타일이 개인 보드에 올라가 있고 이것을 메인 보드판에 올려놓는 건설행동을 통해 주요 전략이 이루어집니다.
다만 이 건물들을 건설하고 자원을 조달하거나 판매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네트워크가 연결되어야 합니다. 이 네트워크는 초기에는 선박을 이용하기 때문에 운하시대, 후반에는 철도를 이용해서 철도시대로 구분됩니다. 철도시대는 운하시대의 상황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다시 시작하는 듯 하지만 운하시대가 후반 플레이에 큰 영향을 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네트워크 연결이 곧 점수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게임을 네트워크 게임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한 개의 선로에 플레이어 한 명의 네트워크만 깔 수 있기 때문에 상대 플레이어의 결정이 나의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상호작용이 게임에서 일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틴 월레스 작가의 전작인 에이지 오브 스팀(Age of Steam) 처럼 견제가 메인이 되는 양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좀 더 세련된 게임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또한 상대 플레이어의 결정에 따라 매 판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게임이 유기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고착화된 플레이가 지양되며 손에 들어오는 카드와 시장 상황에 따라 매 판 새롭게 전략을 구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게임은 고득점을 위해 매 순간 굉장히 높은 수준의 전략성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코어 룰은 나름 간단한 편이지만 초보 보드게이머가 익히고 제대로 플레이 하기에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전략성이 매우 깊기 때문에 코어 게이머에게는 높은 리플레이성을 보장하고 큰 즐거움을 주는 게임입니다.
평가
운적인 요소가 거의 없는 매우 건조한 게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랭킹 1위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만큼 어렵고 고도의 두뇌싸움이 일어나며 캐주얼한 느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건조한 게임이 1위를 찍게 되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근 10 여 년 동안 1위 게임을 보면 유로게임이 많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테마를 구현해낸 게임이 많습니다. 아니면 팬데믹 레거시나 글룸헤이븐 처럼 아예 테마게임이나 스토리 게임인 경우도 길었고요. 하지만 매우 높은 전략성을 요구하고 이처럼 건조한 게임이 최고 순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이 게임이 가진 게임성이 특별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 위주의 게임이랄 수 있는 유로게임의 정점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합니다. 테마성 제외하고 시스템이 줄 수 있는 재미를 가장 극한까지 끌어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